당신은 지금 우울한가요?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Depression. 우울감과 활동력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적 상태를 가리키는 이 질환은 미국 국민의 10명 중 1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은? 놀라지 마시라.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후 세계 각국에서 우울증과 불안증의 발생이 2배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 한국은 우울증 유병률이 36.8%로 OECD 1위로 됐다. 한국 국민의 10명 중 4명이 우울증 또는 우울감을 느낀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 의학신문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그러니까 우울증에 대해 제대로 된 통계학적 조사를 진행하기 이전에는 우울증에 대해 현대인의 3분의 1이 겪는 질환으로 생각했다. 내 주변에도 우울증을 앓았던, 앓고 있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고 당장에 나도 그런 증세가 있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성급한 일반화는 위험하지만 이제 3분의 1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닌 것 같다.
마음의 병. 감정의 병. 우울이라는 감정적인 단어가 질병명에 포함되기 때문일까? 하지만 우울증은 감정의 변화에만 그 증상이 국한되지 않는다. 원인도 정신학적인 문제뿐 아니라 유전적, 생화학적 요소가 포함된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라는 것은 없다. 모두가 조금씩 다르다. 이는 다를 뿐이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신체적 변화 또한 동반한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그 변화로 식욕 감소 또는 증가, 불면 또는 과다 수면, 피곤 또는 에너지의 감소를 들고 있다.
왜 변화를 가져오는가?
일관된 답은 없다. 없는 것으로 밝혀질까? 있을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겠다. 우울증은 정말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고, 놀랍게도 유전적인 소인이 있으며, 생활력의 압박감, 본래의 성격적 특성, 인간관계 스트레스 등 정말 다양하다.
우울증인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떤 원인 때문에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고 물어보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왜 내가 이런 기분이 드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것은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며, 실제로 하나의 감정에는 수많은 작은 감정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우리에게 모두가 힘들다며,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두가 힘드니까 나도 힘든 거다. 그러니 표현해도 괜찮다. 우리는 너무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성년은 어린아이에게 감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아이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표현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와는 다르다. 유튜브에 들어가 ODG 콘텐츠를 하나만이라도 봐보라. 아이의 의도 없는 표정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우울한 감정도 동일하다. 우울함을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잘못되지 않았다. 우리가 우울한 감정을 넘어 우울증을 앓는 것은 결국 남에게 보이기 싫어 내 기분을 숨기려 노력하기 때문은 아닐까?
우울한 감정과 함께하기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고 한다. 우울증도 이런 우리 인생의 한 파편에 불과하다 생각할 수는 없을까? 질환일 뿐이다. 고치라면 고칠 수 있는. 그저 감기 같은 병일뿐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그 지속성이 다를 뿐이다.
인생이 고통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슬플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이 가르침이 말하고 싶은 것은 "고통의 바다에 빠져 질식해버릴 수도 있고, 고통의 바다를 헤엄쳐 다닐 수도 있으며, 고통의 바다 위로 떠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고통을 부정하려 하지 말되, 거기에 빠져들지도 말라. 진정 그 위로 떠오르는 법을 찾으라."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한 감정뿐만 아니라 어떤 이상 증세를 스스로 느꼈을 때 그 기분에 속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나를 더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자. 고통이나 괴로움에 대한 통찰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이 통찰이 있을 때 우리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비극적인 것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은 성장한다. 괴로움, 좌절, 고통에 의해 풍성해지고 나날이 극복하는 장애에서 자양분을 얻은 지혜는 아마도 얼마간, 혹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정말 큰 쓸모가 있을 것이다.
분명히 우리의 삶에는 즐거움이 있고, 기쁨을 나눌 동료 혹은 친구가 있다. 고통과 슬픔. 즐거움과 기쁨. 이런 것들을 진솔하고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보면 어떨까.
References.
1. 우울한 현실주의, 혹은 낙관을 제거한 객관성
2. 삶에 대한 불교의 비유. 고통의 바다(苦海)와 뗏목.
3. Alexandre Jollien(2002). Le Métier d'homme. France Paris: Éditions du Seuil.
4. Alexandre Jollien(2012). Petit Traité de l'abandon : pensées pour accueillir la vie telle qu'elle se propose. France Paris: Éditions du Seu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