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입니다. 잘 지내시나요?
이번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벌써 7월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이뤄낸 것도 많았고, 실패도 했고, 시도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하루아침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생존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뒤처지지 않고 천천히 나아갈 수 있기를, 살아내기를 소망합니다.
보홀을 떠나며
작년 연간 서한에서 말했듯이 필리핀 보홀은 좋은 곳입니다. 특히 바다 환경에 있어서는 감히 최고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지요. 이런 바다에서, 약 1년 반 동안 스쿠버 강사 생활을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숫자로 돌이켜보면 또 짧은 시간입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다양한 다이빙 경험을 했고,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약속할 사람, 지아를 만났지요.
보홀에서의 마지막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 할 수 있는 선택 중에서는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후회는 없으니까요.
올해 1월, 그렇게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약 2달 정도 한국에 있으면서 푹 쉬고,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생 안 할 것 같던 아르바이트도 해보면서 한국에서의 짧은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했습니다. 호주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나 홀로 다이빙 강사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일을 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지아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다이빙하기 어렵다!
호주는 지아와 함께 3월에 들어왔습니다. 퀸즐랜드주의 케언즈로 입국했어요. 케언즈는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라는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를 보트로 이동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도시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 다이빙 강사 면접을 볼 수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강사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무시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면접을 봤던 곳은 체험 다이빙이 주를 이뤘고, 다이빙 시즌도 아닌지라 영어를 기본적으로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다이빙 실력과 교육의 질보다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하면서 체험 다이빙과 체험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한국인 대상 다이빙 리조트가 있지 않았고, 여러모로 다이빙 강사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유롭게 즐기면서 일을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빠르게 다음 계획을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한 건 농장이었고, 케언즈와 가까운 애서튼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몇 주 뒤에 우리는 다시 지역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보웬으로 향했습니다.
요크하임 베이커리 카페
보웬은 퀸즐랜드주의 북쪽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예전에 일부 한국인들이 토마토 농장 일을 하러 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바닷가가 근처에 있어 바다를 보면서 힐링하기도 좋은 곳입니다.
처음에는 농장 일을 하기 위해 연락을 기다려보았지만, 농장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한국인 컨트랙터도 없었고, 보웬 자체 상권이 예전에 들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농장 일이 그렇게 붐비는 것 같지도 않았고,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보웬을 찾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농장 시즌이 찾아오기 이전에 호스피탈리티 직종에 이력서를 돌렸고, 운이 좋게 요크하임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월~금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토요일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일했고 고정 급여를 받았습니다. 이곳은 호주 정통 미트 파이와 소시지 롤, 그리고 여러 베이커리 메뉴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해석해 만드는 곳이었고, 저도 이를 배워 함께 만들었습니다. 일은 정말 재미있었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들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게 굉장히 보람찬 시기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통해 많은 인풋과 아웃풋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개발
올해 들어, 다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도 개인 홈페이지나 리조트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했지만, 실제로 상용화 서비스를 만들거나 직접 필요한 것을 만들지는 않았는데요. 이전의 경험이 있다 보니 에이전트 코딩이 도래한 후, 저 또한 생산성을 몇 배는 끌어올려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개발로 다시 취업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개발을 일로 하는 건 고민해야 하는 단계이며, 앞으로도 전선에 뛰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재미있는 취미를 하나 들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2가지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첫 번째 서비스는 정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원래는 제가 공부하려고 만들기 시작한 서비스인데 상용화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개발하다 보니 환경 설정부터 난관이었고, 시행착오도 많이 있었지만, 제 나름의 방식대로 에이전트를 다루면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서비스도 빠르게 만들어서 배포하고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실패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영어
가장 큰 병목입니다. 호주에 와서 영어 공부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진 않습니다. 저는 수다가 많은 편도 아니고, 친구를 딱히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거든요.
개인적인 공부와 일하면서 조금씩 내뱉는 영어로 영어를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홀에서는 거의 영어를 쓰지 않았고, 공부할 목적을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정말 살기 위해 영어를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한국어로만 썼던 글들을 영어로 쓰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공부한 지 어느덧 3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조금씩 들리고 조금씩 말하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더 나은 영어 소통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
건강은 언제나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 문장을 저는 매일 되새기지는 않지만, 이렇게 반기에 한 번씩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올해는 술을 정말 많이 줄였고, 다시 이전처럼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합니다. 가끔 외식하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요리해서 먹습니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작년에는 운동을 짧게나마 했었는데, 이제는 따로 시간을 내어서 하지는 않습니다. 일을 하면서 일상 운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래 운동을 해왔다 보니 어떻게 근육을 쓰는지 체화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할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다시 해야겠지요. 조만간 취미로라도 몸을 움직이는 루틴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감사의 말씀
이번 서한은 지금까지의 서한 중 가장 빠르게 잘 쓰인 것 같습니다. 항상 덜 쓰면서 많은 걸 전하고 싶지만, 짧지 않은 글이 되었네요. 연간 서한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더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이전에 유럽에서의 인연으로 알고 지내는 한 부부에 의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이 제도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새로운 여정으로 이끌어주어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이 새로운 여정을 함께 계획하고 함께 해주고 있는 지아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언제나 고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많은 이들 덕분에 제가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이들이 평안하길 바랍니다.
지난 6개월, 마음을 길어 올린 최고의 문장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만약 당신이 어떤 결과물이 긴 수명을 갖기를 의도한다면(예: 소프트웨어, 소설, 영화), AI가 창작 과정을 도울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작업에 거대한 ‘의도(intention)‘를 담아야 합니다. 당신은 다양한 접근 방식을 깊이 고민할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 쓸 것입니다. 당신은 ‘장인 정신(craft)‘에 몰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오래 지속될 만큼 충분히 훌륭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목받지 못할 것이고, 사랑받지 못할 것이며, 중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 딜런 필드, Figma CEO
AI는 인류의 능력과 잠재력을 확장하는 데 있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 도구에 대한 수요는 사실상 무한할 것이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놀라운 일들을 해낼 것입니다. 세상은 대량의 AI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AI는 민주화되어야 합니다.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래에 대한 통제권은 모든 사람과 그들의 제도에 있어야 합니다. AI는 개인을 강화해야 하며, 우리는 미래와 새로운 규칙에 대해 집단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소수의 AI 연구소가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샘 올트먼, OpenAI CEO
소비자들은 일하고 싶어 하지 않고, 생산적이 되는 데 별 관심이 없습니다.
소비자 시장에 관한 이 현실은, 실리콘밸리가 10년쯤에 한 번씩 다시 배워야 하는 교훈입니다. 드롭박스를 한번 떠올려 보시죠. 창업자 드루 휴스턴이 물러나는 중인 그 회사 말입니다. 드롭박스는 한 카테고리를 통째로 정의한 제품이었고, 바이럴 훅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내 추천 코드로 가입하면 저장 공간이 늘어났죠. 그렇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소비자 영역에서 진짜 사업을 만들어 보겠다고 너무 오래 매달렸고, 결국 본질이 생산성 제품이었던 이걸로 돈을 버는 유일한 길이 기업에 파는 거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 Stratechery, <The iPhone’s Last Stand>
Q. 스토리 세계의 리더는 전통적인 리더와 어떻게 다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리더는 몰입할 수 있는 아름다운 문장을 찾아서 팀원을 설득하는 사람입니다. 제 나이 24살, 쿠키런 카카오를 만들던 시절이었어요. 10명 정도 되는 작은 팀이었고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았기에 월급도 복지도 형편없었어요. 컨테이너 옥상에 텐트를 치고 전기밥통에 밥해 먹던 청년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정말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감각이었어요. 이야기는 몰입을 만들고, 몰입하면 보고 싶은 장면들이 떠올라요. 그때는 10명이었지만, 지금은 8백 명 정도가 그 장면을 상상해요. 20대에 제가 배운 건 문장과 꿈의 사이즈가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2009년 쿠키런 카카오 때는 ‘전 세계인이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자’는 허황돼 보이는 문장이 우리를 하나로 묶었어요. 지금은 ‘100년 가는 IP 유산을 만들자’예요. 불가능해 보이지만 멋있는 문장을 설득력 있게 뽑아내면, 그 문장으로 다 같이 움직일 수 있어요. 강한 이야기가 조직력을 만들어냅니다.
- 이은지, 데브시스터즈 최고 IP 책임자
과거는 미래만큼이나 불공평하게 분배된다. 과거로부터 지워버린 것은, 살아남은 것만큼이나 끈질기게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 리베카 긱스, <고래가 가는 곳>